왜 해외 경력자들은 한국에 오면 적응이 안 될까?
- 장쌤
- 2017년 8월 21일
- 5분 분량
* 이 게시물은 장쌤 개인의 생각입니다. * * 본 게시물의 내용을 퍼갈시에는 출저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출저 홈페이지 주소인 https://tsjanimation.wixsite.com/main 기재 부탁드립니다. 좋은 블로깅 문화 화이팅!*

본 게시물은 작가가 개인적으로 아는 국내에서 일을 해본 해외 출신 애니메이터 7명에게 물어보고 작가 자신이 느낀 점들을 적어 놓은 것으로서 개인에 따라 다소 틀린 입장일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작가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국내와 해외의 현실 갭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고 그러면서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 긍정적인 자극이 됐으면 하는 작은 바램 때문입니다.
자아 그럼 시작해 볼까요?
<말도 안 될 정도로 기본이 안 되어 있다> 가 단순한 답변입니다.
자세한 답변 들어갑니다.
<기본이 안 되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외에서 오래 살거나 일하다가 온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조금만 일을 해보면 자주 나오는 말입니다. (외국인들은 그냥 OMG라고 함)
한국에서 거주하거나 해외 경험이 없더라도 이런 말은 어느정도 공감이 갈 겁니다.
"선진 문화"라고 하긴 좀 얘매하지만 (나름)선진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국내 회사의 근무환경, 연봉, 인프라 기타등등에서 너무 차이가 많이나기 때문에 보통은 국내에 오래있진 않습니다.
대부분 그만두거나 다시 외국으로 돌아가죠.
그럼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걸까요?
월급 밀리는 거? 퇴직금 못 받는 거? 사장이 회사 돈 갖고 해외로 튀는거?
모두 맞는 말이고 그외에도 너무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리 했습니다.
크게 5가지가 차이가 많이 납니다.
1. 연봉
2. 근무 환경 및 복지
3. 문화
4. 인프라
5. 프로젝트
하나씩 볼까요?
1. 연봉
국내, 해외 회사마다 차이가 많이나는 다소 예민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봤을때 CG 애니메이션 업계 혹은 VFX 업계에서는 대부분 해외 연봉이 국내보단 높습니다. 국내에서 4번 일을 해보고 해외에서 4번을 일을 해본 제 경험으로만 봤을땐 평균적으로 2,3배/적게는 1.5배/많게는 4,5배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그리고 언떤 해외 회사는 비행기표(계약직일 경우 왕복으로), 집, 차까지 비용을 도와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알아서 오라고 할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아서 오라고해도 와서 적응 할 수 있을 정도의 월급을 주기 때문에 그래도 국내보단 연봉이 높다는 얘기겠죠.
그렇다고 얼굴이 갑자기 이렇게 바뀌면 안 됩니다.

<출처: Colorado Peak Politics | dollar signs>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연봉이 높은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내든 해외든 일을 하다보면 연봉을 높게 받을때도 있고 또 낮게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근데 일을 하면서 느낀건 연봉을 많이 받아도 스트레스의 양이 너무 높아 미쳐버릴 수도 있고 연봉을 낮게 받아도 부담없이 편안하게 일을 할때도 있었기 때문에 연봉이 직업의 만족도와 직결된다고 느끼진 않습니다.
다만, 국내/해외 차이점을 비교하고 있는거고 국내에서 일을 하다 떠나는 이유 중에 하나로 <연봉이 적다>도 있다는 말이니 오해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2. 근무 환경 및 복지
야근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ㅎㅎ
하지만, 해외라고해서 야근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다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어딜가든 야근은 있습니다. 다만, 제가 느낀 국내와 해외의 야근의 차이는 해외에서는 어느정도 본인의 선택에 의해서 야근을 할 수 있는 환경인 것에 비해 국내는 어쩔 수 없이 거의 습관처럼 야근을 하는 케이스 많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작가는 국내에서 2년 일을 하고 해외로 가서 일을 하다가 하도 야근을 안해서 속으로 미안해 하는 감정을 가질 정도로 많은 차이점을 느꼈습니다.(노예 근성이 2년 사이에 생겼음)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까요?
예를들어 국내에서 일을 할때 상황은 이랬습니다. 데드라인을 지켰습니다. 야근도 안 해서 지켜낸 데드라인이기에 갑진 하루들이 지나가고 있다가 누군가가 나가거나 누군가가 일을 더 많이 시켰습니다. 그럼 야근을 안 하는 사람들 위주로 더 남은 일들을 뿌리겠죠? 그럼 전원 야근을 하게 될 수 밖에 없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야근을 거의 매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회사 사정에 따라 적거나 많을 수도 있습니다.(주말 출근도 하게 됨)
반면 해외에서 일을 했을땐 사람의 인원수가 부족해지면 채우거나 데드라인 시기를 늦췄습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마감을 지키는 사람들은 정시 퇴근이 어느정도는 보장이 된 상태로 계속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건데 그 당연한 것 조차 회사 사정이 힘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켜지지 않고있는 것이 아직도 국내의 현실입니다.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죠. (그래도 요즘엔 좀 나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외에도 근무 환경과 복지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자율 출근제도(혹은 융통성 출근 제도), 정당한 연봉 협상, 점심 및 저녁 식사 제공, 회사내에 레퍼런스 촬영장, 부엌, 헬스장, 요가장, 회사에서 보내주는 단체 여행, 크로키 수업, 유아 보육원, 보험, 퇴직금, 육아휴직 제도, 출산휴가, 대출 신용 등급 기타등등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여기에 속할 수 있습니다.
근무 환경과 복지는 직업의 만족도와 매우 밀접된 요소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연봉과 마찬가지로 전부는 아닙니다. 무조건 편안하다고 해서 좋은 근무 환경은 아닙니다. 너무 편안해서 풀어지고 작업 능률이 내려가는 케이스들도 봐왔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3. 문화
문화 때문에 적응이 안되서 나라를 떠나는 케이스가 가장 많습니다.
국내든 해외든 마찬가지죠.
소위 말하는 <개념이 없다>라는 표현은 그 나라의 문화 상식과 안 맞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 됩니다.
예를들어 프랑스에서 일을 했을때 경험담을 나누겠습니다.
프랑스는 개인주의의 끝판왕입니다. 한국 사람의 상식을 뛰어넘죠.
프랑스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을 할때의 하루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오전 9:45에 출근. 회사 앞 bar에서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며 직장 동료들과 인사. 오전 10:00 회사로 들어와서 모든 사람들과 Bise/Bisous (프랑스식 인사) 하고 자리로 가서 작업 시작. 2시간 지나고 점심 2시간(프랑스는 점심이 2시간입니다). 돌아와서 작업 시작. 2시간 정도 지나고 간식 타임(saucisson같은 간단한 햄 종류와 빵 혹은 다른 과자류 먹음). 한 2시간 더 일하고 퇴근. 보통 바로 옆 맥주가게에서 한잔 하고 퇴근함.
마감이 거의 회사로서 지켜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태평해 보이는 사람들은 처음 봤습니다.
이럴때 한국 사람은 <개념이 없다>라는 말을 쓰게 됩니다.
하지만, 프랑스 사람에게 물어보면 한국 사람처럼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개념이 없다>라고 느껴질 겁니다.
<일하기 위해서 사는 문화>와 <살기 위해서 일하는 문화>의 차이점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문화는 좋고 나쁘다가 성립되기 어렵고 이렇게 나라마다 문화 차이가 크다보니 당연히 적응이 안 되서 떠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4. 인프라
인프라는 인프라스트럭처 [infrastructure]의 줄임말로 보통 애니메이션 회사에서는 파이프라인(pipe-line)이라고도 말을 합니다.
스튜디오/회사를 애니메이션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공장이라고 비유하자면 인프라는 단계별로의 진행 동선을 얘기합니다.
그 동선이 매끄럽지 못하며 심지어는 중요한 단계들 몇개를 거너뛰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게 국내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예를들어서 레이아웃 단계를 보겠습니다.
레이아웃(Layout) 혹은 프리비즈(pre-viz)라고도 말을 하는 단계는 스토리보드로 만든 영상인 애니메틱(animatic)이 끝나고 최조로 3D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카메라를 잡아주는 단계로서 영화로 치자면 카메라 감독이 해야 될 일을 먼저 시작합니다.
영상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카메라를 못 잡으면 아무리 잘 만든 영상이라 하더라도 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운동 선수가 운동을 하기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과도 같은 중요한 단계인데 이 단계를 제대로 갖춘 회사는 국내에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카메라를 잡는냐?
그냥 잡습니다.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제가 국내에서 일을 하면서 알게 된 표현이고 동시에 제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 중에 하나입니다.
전문가가 부족한 만큼 중요한 단계들은 쉽사리 건너뛰게 되고 중요한 단계들을 건너 뛰면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으며 작업에 차질이 자주 생기면 생길 수록 작업자들은 고생을 하게 됩니다.
즉, 야근과 철야로 이어진다는 얘기가 되죠.
그만큼 회사의 인프라/파이프라인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로 꼽힐 수 있습니다.
5. 프로젝트
<아무리 힘들어도 프로젝트가 좋으면 안 떠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좋은 프로젝트 크레딧에 본인 이름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며 지옥을 참아내는 작업자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꽤 많습니다.
하지만, 좋은 프로젝트가 그리 많지 않다면?
더 중요한 건 안 좋은 프로젝트에 계속을 일을 하게 되면 실력이 점점 퇴화되기 때문에 본인의 미래에 시간이 지날수록 땅을 파고 관 내리고 뚜겅을 닫게 되는 케이스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보통은 프로젝트 때문에 많이들 해외로 취업을 선망하게 되는게 아직까지의 국내 현실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손재주가 좋고 눈치가 빨라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가능성이 항상 있다고 믿습니다.
하루 빨리 국내에서도 해외와 같거나 그 이상 수준의 애니메이션과 기업 문화가 성장했으면 하는게 작가의 바램입니다.
이상 글을 맞치겠습니다.
- 장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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